첫 경험을 실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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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틀쉽>
 
때는 내가 스무 살 때였다. 나는 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를 꽤 많이 해봤는데 그중 가장 재미있었고 해프닝도 많았다.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는 호프집 겸 패밀리 레스토랑인에서의 서빙 아르바이트였다. 주로 20대의 여성 서버들이 유니폼을 입고 활기차게 일하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남성 손님이 전체의 80~90%를 차지했다. 당연히 그중에 단골이 많았고, 간간이 보이는 단골 중에서는 유독 눈에 띄게 대놓고 추파를 던지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를 A라고 하겠다.
 
처음에 그 사람이 왔을 땐, 멀리서도 눈에 띄게 뚜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 탄탄한 체격으로 누가 봐도 잘생긴 편에 속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학창시절 격투기 스포츠를 했다고 한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자상해서 별로 바쁘지 않은 때에는 A가 있는 테이블에서 동료 서버와 함께 잡담하거나, 맥주 내기로 다트 게임을 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손님과 친구처럼 노는 분위기여서 가능했다.
 
후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 즈음, 뜸했다가 오랜만에 찾아온 A에게 원칙상 손님에게 개인적으로 번호를 알려주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복화술로 번호를 알려주고 나중에 만날 것을 기약했다. 얼마 후 A에게 연락이 왔고, 우리는 데이트를 했다. 나이가 나와 10살 정도 차이가 나서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말이 데이트지, 지금과는 달리 순수했던 그때의 나는 선뜻 그에게 먼저 다가갈 수 없었고, 영화 보는 내내, 그리고 밥 먹는 내내 우리는 스킨십 하나 없는 어색하디 어색한 데이트를 했다. 그때 서로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굉장히 영혼 없는 대화였던 것 같다. 속으로는 시종일관 이 사람은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 같아 신기했고 단순한 좋은 오빠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 정도로 서로 섹슈얼한 대화, 접촉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사건은 그 날 데이트 끝에 있었다.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빠이빠이 하기 전, 못내 아쉬웠던 마음이었던 내 마음과 같았는지 그는 음악을 좀 듣고 들어가지 않겠냐며 물었다. 와인도 한 잔 했겠다, 어색했지만 온종일 기분이 좋았던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오케이를 했다. 그가 손을 잡는다. 나는 거부감이 없었다. 그와 눈을 마주쳤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듯한 그 눈빛, 어느새 우리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강렬하고도 부드러웠다. 그가 나를 들어, 그의 무릎에 앉히고 운전석을 젖힌다. 몽롱하고도 신비로운 음악에 취한 걸까? 마치 수십 일 동안 굶긴 사자에게 고기를 던져주듯 우리는 강렬하게 서로를 탐닉했다.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황홀함에 본능만이 가득했던 기운이 나를 삼켰다. 또 그가 나를 들어서 뒷좌석으로 보내고 그도 왔다. 순간 이게 내 첫 경험이 되는 걸까한는 생각이 들었다. 흥분해서 젖을대로 젖어 있었지만, 좀처럼 삽입이 되질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는, 머릿속이 하얗게 아득한 고통만이 있을 뿐이었고, 그로 인해 점점 본능을 제치고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페니스는 큰 편에 속했다.
 
A와 한 번 더 만났고, 그때에도 섹스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진 못햇다. 그 때의 나는 그랬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는 가끔 그가 생각난다. 그때부터 나의 섹스관이 만들어져서 인지, 지금도 애인이 아닌 사람과의 섹스는 어딘지 모르게 허무함이 남는다.
 
만약 그때 그와 섹스를 했다면, 지금의 나의 섹스관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솔직히 좀 후회된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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