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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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lue Lagoon The Awakening]
 
가정을 해보자, 당신은 여자. 남자를 한동안 만나지 않았었고 최근 그래도 괜찮은 남자를 만나 잠자리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가 막상 섹스에 돌진하려 샤워실에 딱 들어간 순간 팬티를 내렸는데 피가 묻어있다면?
 
그런 상황이야 말로 신이 주신 가장 최악의 상황 중 하나 아닌가 싶다. 물론 당신이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흠, 뭐어때’ 하면서 룰루랄라 샤워를 하고 그와의 첫 섹스를 신나는 떡볶이 제조 시간으로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는 아마 ‘씨…ㅂ..’ 하면서 욕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내 경험이다. 그것도 얼마 전. 사실 상식적으로는 여성이 생리를 할 때 섹스를 하면 위생상 안 좋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서 웬만하면 참으려 하는 편이긴 하지만. 상황이 또 상황이니만큼 그날만큼은 꼭 하고 싶은 날이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것도 정말 오랜만의 가는 날인데, 터졌다. 고난의 시간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그렇다고 방금 전까지 온갖 분위기 다 잡아놓고 (나름)섹시하게 ‘나 씻고 올게’ 라는 말을 뱉어놓고 온 상태인데 당장 돌아가서 ‘엇, 미안. 오늘은 날이 아닌갑다~’ 하기엔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기 보단 나 스스로의 욕구에 허락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여러모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그냥 하자, 뭐 죽기야 하겠나’ 와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고, 첫 섹스인데 떡볶이를 만들고 싶진 않다’ 사이에서 열심히 고민한 후 샤워실에서 나와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하, 생리가 터져버렸네?’
 
너무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한 탓인지 그는 헛웃음을 내뱉었고 나름 매너있(는 척인지 뭔지)게 ‘그럼 가만히 안고 자자’ 라고 말했다. 그에 말에 나는 나름 안도(를 한건지 뭔지)를 하며 비상용 생리대를 차고 그의 옆에 누웠다.
 
뭐, 결론만 이야기를 하자면 어쨌든 섹스는 했다. 방금 터진 거라 피가 많이 묻진 않았지만 그래도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생리 할 때 섹스를 하고 나면 마치 남자가 자위를 하고 난 후 처럼 ‘왜 했지..아…찝찝해..’ 식의 현자타임이 온다. 그래. 그런 느낌이다. 섹스를 하기 전만해도 온갖 나의 욕구들이 괜찮아, 지금 하고 싶잖아, 너의 욕구를 굳이 억누르려 하지마! 라며 달콤하게 나를 꼬시다가도 막상 하고나면 붓고, 쓰리고, 아픔이 밀려오며, 그래도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건데…아씨…내 나쁜 피들이 더 자궁 깊은 곳으로 올라갔겠네…. 원래 배출되야 되는 애들인데…… 하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 아니겠는가.
 
내가 특출 나게 운이 나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 중요한 날, 예를 들면 남자와 여행을 갔다거나 특별한 그 날을 위해 서로가 준비를 했는데 그 전날 혹은 전전날 생리가 곧잘 터지곤 했다. 주변 많은 여자친구들이 한달 피임약을 먹으며 생리 주기를 조절한다고 하긴 하지만 그 피임약의 부작용이 성욕이 감퇴된다는 루머아닌 루머를 듣고는 피임약을 먹지 않는 나에겐 생리란 신이 주신 가장 큰 시련 중 하나였다.
 
여기서 다시 가정을 해보자, 당신이 생리를 경험하던 목격하던 간에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스를 하겠는가? 아니면 무시하고 신나게 떡볶이를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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